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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망자는 아니요, 허나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아이다.

이승에서 명계의 혼 다루기를 손안에서 조약돌 굴리듯 하는데,  정녕 하늘은 이러한 운명을 예비했는가?"

1. 귀접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의 양친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났다. 아름다울 용 연꽃잎 하. 하지만 용하가 태어나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사마교에 현혹되어 열렬하고 급진적인 신자가 되고, 어린 딸을 분타에 제물로 내놓게 된다. 명계의 힘을 불러내는 의식의 그릇이 될 예정으로 키워지며 3세, 5세, 7세 총 세 번에 걸쳐 귀접을 경험한다. 정신이 명계와 직접 연결되면서 견고하게 서 있어야 할 구분을 허물고, 싸늘하고 깊숙한 기운에 몸이 침식당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이승과 저승의 공기를 번갈아 마시며, 혼백을 산사람과 똑같이 보아, 줄곧 두 세상 사이에 걸쳐진 상태로 성장.

 

 본래 명계의 혼과 그 힘을 담는 그릇으로 완성되어, 의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제물로 붙박일 예정이었으나, 9세 때 속해 있던 사마교 분타가 대대적으로 토벌되면서 의식은 중단되고 부모를 포함한 주변인을 모두 잃었다. 아직까지 어린 여자아이인 터라 그녀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세상에 풀려나오게 된다.

 

 

 

 

2. 혼들의 통로

 

 

 의식이 중단된 탓에, 그녀의 몸과 정신은 혼을 담는 것이 아니라 혼들의 통로가 되어서, 보통은 복잡한 절차나 제물이 필요한 일들임에도 혼과 힘을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대로 불러내서 쓴다. 머무는 눈길 한 번 맺고 끊기는 손짓 한 번에 바람의 흐름이 잘리고 단단한 지반이 바스러졌다. 세간에서는 그녀를 명영랑- 명계의 혼의 이름으로 부른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이름이 알려지고, 별호가 생긴 것은 매우 드문 일. 그만큼 그녀가 다루는 힘은 가공할 만한 파괴력이다.

 

 삶과 죽음이 그녀에게는 아무 차이가 없으니 이승의 다른 가치들이나 감정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성장 배경에서도 제대로 된 교류나 사회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인간 개인으로서의 자아가 매우 희박한 편. 즉각적인 호오, 단순한 논리에 의한 대화 같은 것만이 있다. 기억은 그녀에게 있어서 의미가 없다. 과거의 사건들을 기억하고는 있지만, 기억에 수반하는 감정이나 인상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 애와 얘길 하려고 하나? 쓸데없는 짓이야. 하하하! 정말이지 아무 의미도 없지... 이건 껍데기네. 이 껍데기 사이로 우리가 왔다갔다하는 거지."

 

 

 아주 어릴 적부터 사마교의 환영초 연기 속에서 살다시피 했고, 명계의 혼들이 하루에도 수백 번을 드나드는 통에 몸의 상태는 창백하고 생장이 극도로 억제되어 있다. 자아 또한 없어서 자라지 못하니, 세상에 존재하는 시간은 흘러도 그녀는 고정되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현재 외형에서 짐작할 수 있는 나이대는 12~15세 가량.

 

 분타가 사라지고 천지에 연이 없이 떨어졌을 때부터는, 자신을 드나드는 혼들이 가자는 대로 가고 하자는 대로 하며 세상을 떠돌고 있다. 그 뒤를 쫒는 두 명의 도사.

 

 

 "죽은 자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망자는 아니요, 허나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아이다. 이승에서 명계의 혼을 다루기를 손 안에서 조약돌 굴리듯 하는데, 만일 명계에서 이승의 혼을 부르기 시작한다면 장차 큰 화를 부르리. 하늘의 법이 정한 수명이 있어 천수가 다하기 전까지는 산사람이다. 그러나 하늘의 도는 정녕 무심한가, 산 자에게 저런 운명을 예비해도 좋단 말인가. 인지와 상정으로도 못내 눈에 밟히는도다."

 

 

 

 

3. 열병

 

 정신이 온전한 인간의 그것에 가까워질수록- 감정이나 인연을 만드는 등 고차원적인 자아가 형성되려고 하면- 수행하고 있는 영을 드나들게 하는 통로의 역할과 충돌하면서 능력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신열을 앓는다.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이 절절 끓는 심한 열병. 애초에 그녀가 다루는 힘들은 평범한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것인데, 인간으로 완성되기 전에 힘이 먼저 깃들었고, 그러므로 오히려 거꾸로 그녀는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없었다. 몸에서 기억을 게워내는 것처럼 심하게 앓고 나면, 다시 일어나 숨을 쉰다. 들숨은 이승의 것, 날숨은 저승의 것.

 

 극도로 소식한다. 물리적인 생장이 억제되어 있고 몸과 정신의 유지는 영가의 힘에 거의 의존한다. 하루 한두 끼, 한번에 두어 숟갈 이상 뜨지 않는다. 실은 며칠 먹지 않아도 활동에 아무 지장이 없다.

 

 

 

 

 

4. 백열안

 

 이글거리는 흰 유리 같은 눈동자를 두고 태양을 바라보다 하얗게 타 버린 '듯하다' 고 하는 이가 있었고, 혹자는 정말로 '그러했다' 고 하였다.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초점의 눈으로 하늘을 곧장 올려다보곤 했다. 그 천공의 작열하는 불덩이가 눈에 심겨 있는지도.

 

 그녀의 시력이 보통 사람들과 같은지는 미지수. 일상 생활이나, 모양과 색채에 관한 회화에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실질적 시야에 기반하는지 영가의 속삭임에 기반하는지는, 본인조차 구분할 수 없을 터이다.

 

 혼자 두면 다른 할 것이 없어 아이같이 줄곧 논다. 땅에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선이며 도형들을 그리거나, 꽃을 따거나 허공에 발을 차면서 논다. 대개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는 것들을 똑같이 좋아하는 듯싶다. 풍경을 넋놓고 바라보기. 꽃나무, 알록달록한 구슬, 화려한 무늬가 펼쳐진 비단.

 

어릴 적 같은 사마교 분타에 있었다.

 

분타 궤멸 이후, 세상을 떠돌다가 우연히 찾아간 절에서 재회. 예전에 그에게서 받았던 소태도를 돌려준다. 

당시 기유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용하는 일종의, 과거의 실마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용하는 잠시 절에 머무르지만 거기서 생긴 인연이 열병을 유발하게 되어 한번 크게 앓아눕고 난 후,

기억은 무작위하게 사라지고 뒤엉킨 채 도로 떠난다. 현재 둘은 서로 존재만 인식하고 있는 상태.

 

열 너덧 개의 이름이 모두 그이고, 또한 그가 아니다.

미친 천재이며 쾌락주의자.

 

나고 자란 자신의 가문을 멸문시키고 나와 살인의 재미와 쾌락에 눈떠 암살자의 길을 걷는다.

자신이 흥미로운 암살 의뢰만을 받으며, 가면을 쓰듯 온갖 다른 모습, 신분을 연기하면서 여행을 다닌다.

 

그에게 목숨을 잃은 사냥감만도 벌써 수십, 벼랑 끝까지 내몰려 살해당한 영혼들의 한이 구천에 떠돌았다.

원혼들은 마침 세상에 존재하는 혼들의 통로, 소용하에게 모여 증오와 복수의 의지로 그녀를 무휘에게 이끄는데.......

 

어느 밤, 무휘에게 찾아온 소용하는 느닷없이 맹렬한 살수를 펼치고, 당황하면서도 곧 무휘는 간만의 강한 상대와의 싸움에 즐거이 임한다.

그리고 전투 중에 튀어나온 원한의 목소리, 죽인 자와 죽은 자 이외에는 알 턱이 없는 사연들을 뜻밖의 소녀가 말하자 그의 흥미는 더욱 깊어진다.

"그거,  아는 사람들은 전부 죽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답하지 않고 마치 빙의된 것처럼 소용하는 공격을 퍼붓는데, 누군가 한 사람의 목숨이 위험해질 정도로 전세가 다급해지던 차, 

문득 몸을 움직이게 하던 실이 끊어진 것처럼 용하는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진다. 

목숨을 앗아간 원수를 눈앞에서 마주한 각각의 혼들이 저마다 의식의 전면에 서려 다투었고,

그 혼란은 찰나의 숨을 쉬고 순간 땅에 발 딛고 있을 수도 없는 정도였던 것.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상황이 수습되고 나서, 무휘는 잠시 그녀가 가는 대로 따라다니며 용하를 관찰하기로 한다.

무료함으로 인해 스스로 원래의 삶을 지우고, 자극과 쾌락을 좇아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며 다니는 그에게 있어 이제껏 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존재. 

본래 다른 모습의 변장을 즐기는 터라 때로는 그녀의 오빠인 척, 때로는 또 연인인 척, 연기하면서 다니기도 한다.

소용하 본인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 듯. 

 

다만 단 하나,

 

"내 곁에서는 언제든 죽을지도 몰라. 내가 언제든 무휘-를 죽일 거야."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발음이라는 듯 휘, 하고 말끝을 끌며, 소용하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곁에 머무르는 거예요. 언제든 내 목숨을 노릴 수 있는, 떨림도 거리낌도 없는 존재."

 

 

*

 

첫 만남 때의 고비는 넘어갔으나, 용하를 통해 무휘에게 복수하려는 죽은 원수들의 의지는 여전히 그녀 안에서 도사리고 있다.

끝까지 차오른 물이 결국에는 넘치고 말듯, 언제이고 한 번씩 소용하는 스스로의 통제를 완전히 잃고 무휘를 공격한다.

처음에 무휘는 이것을 즐기면서 응수했으나 몇 번이 반복되면서, 무아경의 싸움 직후 용하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잃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용도, 분량도, 범위도 정해지지 않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둘 사이에 있었던 모든 것들 중 몇 가지가 임의로 사라져 버리는 것.

 

그것이 아주 탐탁지만은 않았던지, 어느날부터 무휘는 의도적으로 싸움을 회피하고서 용하가 진정된 이후 다시 찾아오는 방법을 택했다.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이를 거듭하자 쌓이는 인연을 감당하지 못하는 용하가 열병으로 크게 앓아눕고 만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시간들이 그녀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결국 어떻게 해도 모든 것을 온전하게 가져갈 수는 없음을 인지하고서, 무휘는 매번, 제 곁의 작은 소녀와 격전을 벌였다.

 

인연과 기억의 경계선은, 목숨. 

그러나 이 기이하고 위험한 도박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오랫동안 함께 있을 수도, 애초에 둘이 서로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용하의 마약방석

강력한 마족. 살아온 지는 500년이 넘었다.  철저히 스스로의 흥미와 이해타산에 기반하여 상대를 대하는 편. 

이유 없이 누군가를 해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결정한 살생에 있어서는 일말의 자책도 없이 담담하다.

 

현재 현을 만나 그의 곁에 머무르며 흑룡교에 힘을 보태는 중이며, 소용하의 소문을 듣고 '구경 삼아 찾아왔다가-' 추후에 쓸모가 있을까 싶어 지켜보는 중.

겉보기에 잘 대해 주는 편이며, 한번씩 그녀가 좋아하는 반짝거리고 예쁜 것들을 선물하기도 하는 것 같지만 관계에 대한 그의 정의는 확실할 것이다.  

 

 

용하가 라놀에게 가지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호감.

그가 곁에 있을 때면 물처럼 들끓던 원혼들의 목소리가 물러나 잠잠해지고, 공허한 고요에 잠긴 것처럼 편안해진다.

그렇기에 막연히 그를 '좋음' 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 멍하니, 기분이 좋고, 긴장을 놓은 채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마약방석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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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두 진녀 로리의 아름다움을 안다면 세상은 좀 더 멋져지지 않을까요? 로리천하 일통강호!

간만에 취향 요소와 중2력을 듬뿍듬뿍 담아 본 터라, 소개하기 수줍으면서도 보기에는 즐겁습니다. 고해합니다. 어둠에 잠긴 짱쎈 로리가 보고 싶었습니다...

 

창백한 회색 계열의 피부 톤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합니다. 좋은 색이잖아요? 자캐월드에 중2중2한 설정의 아이들이 많다지만 그 중 제일은 역시 오너인 저죠. 희게 빈 눈동자, 보랏빛을 칠한 입술... 난...보랏빛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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