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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 능력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쯤하면 설정이 먼치킨이니까 먼치킨 서버에 넣어둬도 되겠지.......

 

 블&소 메인 스토리로부터 몇백 년이 지난 시점. ...이라는 데서부터 이미 이건 창작판타지야 글렀어 부디 너그러이 봐주십쇼

 

 풍제국이 스러진 이후로 소국들이 난무하며 어지러운 시대가 계속되다가, 지금에 이르러서 수운대제라 불리는 인물이 대륙을 통일하여 하 제국을 선포하였다. 이후 4대 황제 훤영翧營제의 즉위, 때는 하제국의 기반이 어느 정도 굳건해지고 남은 몇몇의 나라들을 이어 복속시키며 안팎을 정리하는 시기.

 

 

 

 온穩나라는 제국의 서남쪽에 위치한 소국으로, 과거에는 동방대륙 서쪽의 기름진 평야와 호수들을 끼고 제법 맹위를 떨쳤으나 지금은 영토의 대부분이 제국의 땅이 되고 영화는 전만 같지 못하다. 하제국은 온나라의 어린 왕자를 볼모로 데려가고, 당시 3세이던 소양昭良공주 현이설晛理偰이 대신 온나라로 와서 살게 된다.

 

 온국의 조정은 대부분 온건하게 현실을 수용하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길게 보아 하제국에 복속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발언도 공공연히 나올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사그라들어가는 국운을 되살리기 위한 계획이 온나라 왕실 내부에서 극도로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라에서 임명한 신내림 받은 무당이 칠일간 굿을 하여 계시를 받았다. 택일에는 주변을 정화하고 진의 기운을 원활히 모으기 위해, 빛나는 백토로만 빚은 그릇에 영수의 피를 담아 전각의 주춧돌들을 따라가며 뿌렸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날이었고 보름이었다.

 

 그로부터 열 달 후에, 꼭 예언한 날과 시각에 아이는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다 품고서 태어났다. 눈가가 빛나고 뺨에 선명한 무늬가 있는 것으로 사람들은 확신했으며, 계시가 제대로 이루어져 가고 있음을 알았다.

 

 아이를 낳은 여자는 혁리자赫釐橴씨였는데, 후궁이 될 것으로 알고 입궁했으나 드러나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이후 그녀는 얽힌 일들을 발설하지 않기로 서약하고 온국 모처의 별궁에서 지낸다.

 

 

 

 아이는 이름이 없고 아무도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멀리서 부르지 않고 다가가서 이야기하고 시중들었다. 태어나서 5세가 되는 날까지 아이는 자신이 태어난 전각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채 그 안에서만 지냈으며, 여섯 살 때 최초로 궁을 돌아보게 된다. 이때 현이설이 아이를 보게 됨. 만남이 아니라 존재를 인식하는 정도. 워낙에 눈에 띄는 외모인데다 자신이 신원을 알지 못하는 상대인지라 기억해 둔다.

 

 6세부터 9세까지 거의 바깥에 알려지지도 않은 벽촌으로 보내져, 자연과 함께 생활한다. 이때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고 뛰어다니며 논다. 추억과 인연이 생긴다.

 

 9세 때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도로 왕궁으로 돌아온다. 아이가 떠나자마자 마을에 사병들이 들어온다. 아이와 말 한 번이라도 나누었던 모든 이들을 죽여 인연을 가두어야 한다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아이가 지냈던 마을 사람들 모두는 명주실로 엮은 밧줄에 목이 매달린다. 

 

 이후 줄곧 왕궁에서 생활한다. 이동에 특별한 금제는 없으나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제한되어 있다. 아이는 자신의 출생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예비되어 있는 계획과 규칙, 모든 사실들에 대해 전혀 모른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이상한 환경 또한 다른 것을 보고들은 적 없는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울 뿐이다.

 

 

 

 아이가 사는 전각은 왕궁의 북쪽에 있었는데, 어느날 전각 안뜰에서 뜻밖에도 소양공주 현이설과 마주친다. 아직 나이 어림에도 기세는 당당하고 성정이 고아하다는 평판답잖게 담 사이의 구멍으로 기어들어온 흙을 마저 털어내며, 현이설은 아이에게 반가움을 표시한다. 아이에게 공주는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러나 공주의 외모가 굳세고 아름다우며 저에게 친함을 드러내는 것을 알았다.

 

 "나는 소양공주입니다. 내가 그대를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부른다...? 나는 불리지 않아요."

 "이름을 알려주기 싫은가요?"

 "정말이에요. 소양공주님께서 묻는 그것이 나는 없어요."

 

 아이는 단 한번도 의문을 표시해 본 적 없는 부분에서 상대가 매우 의아한 듯하자 함께 당황스러워졌다. 소양공주는 입술을 오므리고 갸웃거리다가 곧 몸가짐을 바로해 고개를 위로 들었다.

 

 "법도가 금하지 않는 이상 이 궁 안에서 내가 모르는 곳이 없는데, 이곳은 나에게 낯설군요."

 

 담의 구멍으로 몰래 기어들어왔다는 점은 기억하고 법도를 운운하는 것인지. 여기를 안내해 보라는 공주의 말투에 아이는 곧 예쁘게 웃으면서, 선뜻 그녀의 손을 잡았다.

 

 

 

 공주는 종종 아이를 만나러 왔다. 대개는 밤에, 드물게는 낮에도, 정원의 돌담 사이로 몸을 쏙 빼내 들어왔는데 단 한번도 옷을 버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대를 부를 이름이 없으니까 불편해요."

 

 다듬어진 풀꽃 사이로 놓인 수석 위에 공주는 걸터앉아서 투정하듯 말했다. 옆에 쪼그리고 있던 아이는 어쩔까 하다가 생각나는 대로 말을 꺼내 본다.

 

 "공주님 마음대로 불 러주세요."

 "으음......."

 

 소양공주는 아이보다 세 살이 더 많았고 키도 더 컸다. 허리를 숙여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공주는 검은 눈동자를 굴렸다.

 

 "그대는 백목월白木月 같아요. 눈가와 입술에 내려앉은 빛은 하얗고, 밝은 머리카락은 겹겹이 풍성하잖아요."

 "백목월이 뭐예요?"

 "백목월을 몰라요? 꽃인데, 그대처럼 하얗고 예쁘답니다. 내 뜰에 올해도 피기 시작했어요. 다음에 그대에게 한 송이 가지고 오죠."

 

 

 

 다음에 공주가 찾아온 것은 밤이었다. 검푸른 하늘에 매달아 놓은 듯한 별이 무수하고, 달은 아직 상현임에도 휘영청 떴다. 아이는 풀이 흔들리는 기척을 듣고 마루에서 내려왔다. 연한 분홍색과 흰색의 비단옷을 입은 공주가 와서, 품안에서 백목월 한 송이를 꺼내 아이에게 내밀었다.

 

 모란과 장미를 교배해서 만든 품종 가운데서도 특별히 흰색 꽃을 피우는 것만을 가리키는 백목월. 몇 겹인지 모를 하얗고 탐스러운 꽃잎이 둥글게 피어나고, 그 안에서 노란 술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달빛 아래서 꽃송이는 눈이 부시지 않을까 싶을 만큼 환했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린 채 꽃을 받아들었다.

 

 "예뻐요......."

 "백목월은 나무에 피는 꽃이죠. 가지마다 피어난 모습을 이런 달밤에 보면, 흰 달빛이 나무에 내려앉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목월이에요."

 

 소양공주는 빙긋이 웃으며 백목월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대도 지금 백목월처럼 예뻐요."

 

 아이는 쑥쓰러워져서 어쩔 줄 모르고 그저 웃었다. 꽃을 받아들고, 웃으면서 정인을 바라본다.

 

 

 

 이설은 이후 아이를 백목월이라고 불렀는데, 아이는 그렇게 불릴 때마다 웃음을, 겨우 집어넣어서 눈만 일그러지더라도, 도무지 완전히 참을 수가 없었다. 불릴 때마다 웃었다. 백목월, 백목월.  

 

 

 

 아이는 부러 궁 안을 돌아다니면서 꽃나무들을 둘러보았다. 궁중의 관상화 가운데서도 귀한 꽃이라 쉽게 눈에 띄지 않았으나, 결국 내전의 화원 한켠에서 찾던 나무를 발견하고 자신의 전각에 심어 달라고 요청한다. 며칠 되지 않아 그의 정원에 흰 백목월이 가득해지다.

 

 

 

 아이의 미래는, 22세가 되는 날에, 땅에 산 채로 묻혀 거대한 제의의 중심점이자 제물이 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이십 년간 준비한 힘을 마침내 온국은 얻어서 부흥을 꿈꿀 것이다.

그것을 위해 태어날 운명과 태어날 날이 만들어졌으며 아이는 그렇게 되어서 나고 자랐다.

 

 

 

 소양공주는 열여섯 즈음하여서는 주변사정과 나라의 정세에 통달해 말과 행동으로 실질적인 하제국의 권력을 행사했다. 공주는 단호하고 영민했으며, 제국의 힘만큼 그 기세가 드높았고, 그럼에도 예와 법에 있어 어긋남이 없었다. 온국의 은밀하고 깊숙한 곳들까지 하제국 공주의 눈이 미쳤다. 공주 자신도 당장은 모르는 아주 깊은 곳까지. 

 

 

 

 

-

 

 

 

 

현재 시점, 소양공주 현이설 16세, 백목월 13세.

 

이후 사정은 온국의 계획을 눈치챈 하제국에서 제의 전에 백목월을 먼저 제거하거나, 혹은 제의가 진행되도록 내버려두다가 그 힘을 역이용하거나 하는 둘 중 하나로 진행될 예정이다.

 

소양공주는 조국을 설득해 보려 하지만 그녀 자신조차도 타당성 없는 주장인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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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무명 꽃병풍. 예쁘고...예쁘고...예쁘다.

하는 일도 능력도 인생계획도 미래도 없음 ㅎㅎㅎ

 

온국 부흥을 위한 제물로 태어났고 제물로 키워졌고 이제 자라서

제물로 죽어야 하는데 스토리의 초점은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공주님과 공주님의 꽃예쁜이 사이에서 펼쳐지는 대하순정만화를

기대해 주세요

 

(물론 전개도 고뇌도 공주님이 혼자 다 함)

(그럴 동안 얘는 정원에서 지 닮은 꽃이나 보고 있겠지.......)

(하지만 얼굴로 캐리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안괜찮) (지만 타고난 설정이 이모양인걸 어떡해)

열여섯 하제국 공주님. 현 황제의 적손이며 위로 연년생의 오빠가 있다.

 

장난기 있고 소녀스러운 본성이지만 그보다도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과 책임감이 강해서, 평소에는 대개 근엄한 모습. 총명하고 영특하고 정치하는 안목도 깊음. 대의와 사정(私情) 중에서라면 당연히 전자. 궁중비사의 중심에 위치하다 보니 약간 복흑 기질도 있는 것 같다.

 

이까지 서술했으면 알만하지만 백목월 대하는 건 진짜 특이 케이스고,

원래는 알콩달콩 썸이고 그런 거 꿈도 못 꿀 당당하고 굳센 공주님.

그런데 왜 <<<<쟤한테만 너그럽냐면 글쎄... 예뻐서 그런가 보다... 걍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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