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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안타까워 붙잡으려 해도 꽃은 곧 지고 마니 덧없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충분히 안타까워한다면 나는 도무지 시들지 않으리이다."

 

 천하에 경치가 아름답다 이름난 장소가 많지만, 장안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도화원桃花園이다. 복사꽃이 만발한 그 광경과 향기는 다른 어디에도 비할 바 없어, 먼 옛날부터 전해 오는 무릉도원의 전설이 바로 여기 도화원을 가리킨다는 조금 허풍 섞인 이야기에도 사람들은 대개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것이었으며, 수도에서 머지않은 데 자리잡아 오가기까지 편하니 문인과 악사 강호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현 도화원주는 도유공桃裕公 이었는데, 아름다운 땅의 주인답게 풍류와 각종 기예에 조예 있는 인물이었다. 도화원의 방문객들은 대개 경치를 즐기면서 또한 시와 노래, 그림과 음악을 함께 이야기하러 오므로, 예로부터 도화원주들은 어떤 손님이 찾아와도 상대함에 있어 어려워하지 않을 만큼 다방면으로 지식을 갖추었으며, 대를 이을 자식에게도 어릴 때부터 이러한 교양을 가르쳐 익히게 하였다. 지금의 도화원의 외동아들이 흔히 화영공자라 불리는 도 희이다.

 

 

 

 희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곁에서 시사와 문인들의 방문을 자주 함께하였고, 때로는 자신의 재주를 선보이기도 하여 도화원의 그 모든 것이 낯설지 않았다. 십오 세가 넘어서부터는 저 혼자서도 찾아오는 이들과 마주앉아 시를 읊고 음률을 논하며 담소를 나누곤 하는데, 그 깊이가 결코 얕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능숙하였다.

 

 도화원의 공자는 눈매가 아름답고 뺨은 복사꽃처럼 붉은데, 마주한 사람을 조심스레 헤아려 말하므로 그 언설言說이 듣기 좋고 부드러우며, 술과 시를 권하는 손짓이 우아하여 절로 자리를 즐겁게 만든다 했다. 버들이 움트는 시기에는 꽃향기 머금은 물안개가 엷은 장막처럼 공중에 드리우므로, 사월에 그를 만난 이들이 이르기를 마치 봄날에 홀리는 듯하다고 평했다.

 

 희가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도유공이 아들을 지극히 아끼고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공은 평소에는 호인과 같은 성정이나 아들에 관한 이야기라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으며, 자신이 아버지로서 말하는 겸양 이외의 절하切下에는 자칫 예를 그르칠 만큼 감정이 앞서곤 하였다. 

 

 한번은 서남의 회안에서부터 도화원의 소문을 듣고 강호인 삼락자 위업이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칭한 이명처럼三樂者 무공과 강호가도, 그리고 시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하여 누리는 이름있는 풍운아였는데, 그날 도유공은 거나하게 취하여 아들에 대한 자랑이 지나칠 만큼이었다. '강남 행안의 공자라는 설직은 물론이요 당인唐寅조차도 화영의 어릴 적부터 빼어남에 비하기에는 어불성설이 아니겠는가' 하는 도유공의 발언에 위업은 기어코 노하고 말았다.  당인은 서남 오성西南五城의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세 인물 가운데 하나로, 대화가 오가다 위업이 도유공의 말을 맞춰 주기 위해 그가 읊은 시의 구절을 인용했을 뿐 이제 17세인 소년과 견준다는 것은 물론 터무니없는 일이다. 위업이 심사를 그르쳐 그대로 장원을 나서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버들가지 사이에서 그를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유공이 그렇게나 입에 올려 칭찬하던 아들인 도 희였다.

 

  "아버지께서 술이 과하셨던 듯합니다. 꽃향기조차 너무 짙으면 마음을 그르치는데 술은 그 어떠하겠습니까. 

 객께서 손님을 맞는 예에 대해 말씀하셨으니, 제가 예로 모셔 보고자 합니다."

 

 소년은 말하면서 손을 뻗어 객에게 아래로 내려올 것을 권하는데, 누각 옆의 물가를 보니 어느새 배가 한 척 대어져 있다. 예를 말하며 화를 낸 쪽에서 무턱대고 거절할 수 없어 위업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배에 올랐다. 물은 하나의 큰 호수가 아니라 도화원의 구석구석을 돌아 나오는 수로로 나 있어, 때마침 만개한 복사꽃 꽃잎을 맞으며 유유히 흘러갔다. 풍경은 향기롭고, 선선히 바람이 불어와 그림을 보는 듯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아름다웠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던 누각에서와는 또다른 멋에 위업은 문득 조금 전의 설전을 잊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그 즈음하여 희가 그의 장기라 불리는 금을 들어 타기 시작했다.

 

 

 

桃紅復含宿雨            복숭아꽃 밤새 비를 머금어 붉고

柳綠更帶春煙          움튼 버들 봄 안개를 감아 푸르르네

花落家童未掃            꽃 떨어졌으매 아이는 아니 쓸고

鶯啼山客猶眠         꾀꼬리 울어도 객은 아직 잠들어 있어

 

(王維, 田園樂)

 

 

 비파 소리에 봄의 정경을 읊은 시가 어우러지고, 뱃놀이는 노래 속 봄 안개의 울긋불긋한 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 정취가 마치 꿈결과 같아, 물길을 한 바퀴 돌아나올 즈음에 위업은 완전히 마음이 풀리고 속으로 감탄하는 바였다. 그리하여 객이 처음 있었던 누각으로 돌아오니, 자리는 정리되어 있고 동자들이 겉옷을 챙겨 손님을 배웅할 준비를 마친 채이다. 위업이 고개 저으며 탄성하기를,

 

 "공자가 나이 젊음에도 기예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으나, 사람을 대하는 재주가 이리 유려한 줄은 오늘이 아니면 몰랐겠도다. 과연 도원의 소주小主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구나!"

 

 

 

 자신이 예쁜 것을 알고, 그 예쁨을 사용할 줄 알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는 그런 인물상. 처세의 능숙함은 익힌 바도 타고난 바도 있는 것 같다. 매사에 목적이 분명하며 꼼꼼한데, 이름과 주변의 호의를 이용하는 것이 일에 있어 중요함을 알아, 주위를 챙기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 그러나 목적을 위한 관계보다는 관계를 쌓아 둔 뒤에 필요하면 활용하는 그런 것. 아마도 정치를...잘할 것 같다.

 

 대인관계는 소년답지 않게 능란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나이에 맞는 수준. 시서 또한 기예를 주로 한 교양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학문, 고전의 이치에는 그리 밝지 않다. 인생 경험도 어릴 적부터 자라 온 환경 외에는 아는 것이 없지만, 본인은 그에 대해 부족하다는 자각조차 없다. 실제로 지금에서는 필요하지도 않고.

 

 음식을 약간 가리는 편이다. 조금 애 입맛. 술만큼이나 차를 찾는 객들도 많고, 그들과 마주앉아 차의 향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눈치껏 장단을 맞출 뿐 사실 본인은 차 맛에 대해 별로 모르겠다고 한다. 화과자와 정과 등의 단 간식을 좋아해 잘 먹으므로, 이것들을 곁들이는 맛에 즐거워하는 듯.

 

 웬만한 기예에 있어,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럽지는 않은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특히 뛰어난 것은 향금鄕琴으로, 꼭 어울리는 때와 곳에서 고금의 아름다운 음악들을 연주해 보이곤 한다. 또한 명필의 기세가 있는 것은 아니나 글씨가 곱고 단정하여서, 간혹 신세에 대한 답례나 초대 등으로 공자의 서신을 받아 본 이들이 이를 기억하고 칭찬하곤 한다.

 

 철 지나면 매해 꽃은 피고 또 잎이 돋는 바 시름이나 근심으로 얼굴에 드리울 그늘은 없는 희였으나 단 하나의 걱정은 병석에 있는 어머니의 일이다. 희의 어머니는 요 몇 년 들어 몸이 좋지 않아 줄곧, 대개 자리에 누워 있는데 온갖 약과 처방을 수소문해도 큰 차도가 없는 듯. 공자는 아침저녁 날마다 정성으로 문안을 가고, 내방한 이들에게도 가끔씩 치료법에 대해 묻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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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마담 최고다 도화살 짱이다 린남은 노림수! 그렇습니다 바야흐로 노림수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돌아보니 자식들에게 죄를 너무 많이 지은 것 같아 양친과 집안이 멀쩡하고 불행하지 않은 인생사인 아이도 키우려고 다짐하던 중이던 제게 이런 강같은 도희 사랑스러운 도희 물론 어머니가 좀 아프시긴 합니다만 그래도 행방도 모르거나 하는 다른 가정에 비하면 말이죠.......

 

스토리의 모든 문장에서 원없이 노림수 예쁨력에 대해 얘기해 봤는데, 이쯤하면 먼치킨 설정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부분에 대해 좀 해명하자면 무협지와 중국고사 풍 문체를 구사하다 보니 실상에서 뻥이 기본적으로 50% 추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 고려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세간에서 뫄뫄라고 하더라~ 식의 문장은 한 두 배 정도 부풀린 서술이라고 보면 되죠. 원래 무협지가 다 그렇잖아요.

 

적당히... 말하자면 엄마가 자캐 보는 정도로 예쁜 예쁜이입니다. 예뻐해주세요(?)

보통 이렇게 대놓고 얘기하지 않습니다만 희는 설정상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캐릭터니까 이번에는 저도 합승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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